[여행] "발리" 인도네시아 속의 다국적 혹은 무국적 지대 ( 1 )


김 정 훈 | 인도네시아 여행가 | 오지여행 전문라이터

2016년 5월 11일 3:19 오후



인도네시아의 규모와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다음의 한 문장이 쉽게 설명해 준다.“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전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의 국토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그 영향력이 과소평가 받고 있지만 인도네시아(Indonesia 혹은 印尼)는 동남아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국이다.

2억 5천만여 명의 인구수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이며 국민의 87%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도를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무슬림이 대다수이지만, 한 나라 안에서 상이한 문화와 풍습을 가진 300여 종족이 살고있으며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모두 600여 가지에이르고, 1만8천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群島)국가이다. 동서(東西)의 끝에서 끝까지 비행하면 6시간이 걸리며 무궁무진한 해양 및 광물자원을 보유한 동남아시아의 맏형과 같은 나라가 바로인도네시아이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오해수마트라(Sumatra), 자바(Java), 누사 뚱가라(Nusa Tenggara), 칼리만탄(Kalimantan, 옛명칭은 보르네오), 술라웨시(Sulawesi), 말루쿠(Maluku), 파푸아(Papua) 등 인도네시아의 큰섬 및 제도(諸島)들은 사실상 각각 다른 나라로존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독립 과정에서 과거 네덜란드령의 식민지역이 가장 강한 세력을 지녔던 자바섬 주도 아래 한 국가로 합쳐졌다고 볼 수 있다.

한 나라에 준하는 면적의 큰 섬 하나하나가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지녀 상호간 소통이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에서는 배우기 쉬운말레이어 계열의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Indonesia)’를 공식언어로 채택하고 5대종교(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카톨릭, 개신교)를 인정하는 등 국민적 화합에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규모와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다음의 한 문장이 쉽게 설명해 준다.“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전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의 국토를 가졌다.”

발리의 음식 문화는 매혹적이다_파인다이닝

발리는 어떤 곳인가?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를 국가 모토로 내세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특이한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발리(Bali)다. 이 곳은국가전체 관광수입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는 세계적인 관광휴양지임과 동시에,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에 비해 이교도인힌두교도들이 모여 사는 섬으로 종교와 문화적으로는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특별구역이기도 하다.

15세기말 인도네시아 자바(Java)섬의 지배세력이었던 마자파힛(Majapahit) 왕국이 이슬람 세력의침입으로 멸망하면서, 힌두교도들이 동부해협을건너 발리섬으로 이주하게 된다. 인도의 영향을강하게 받았던 인도네시아의 힌두교는 이렇게 발리섬 안에 고립되면서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독특한 발리 힌두교로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다.

제국주의 시절의 발리는 정향(丁香, clove), 육두구(肉荳蔲, Nutmeg) 향료의 원산지로 유명한 몰루카(Molucca, 현 Maluku) 제도 등에 비해 이렇다 할 특산물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네덜란드가동인도 회사를 앞세워 순다제도(Sunda Islands,현재의 인도네시아 제도를 말하며 크게 대순다제도와 소순다제도로 나뉜다)에서 본격적인 식민지수탈을 시작할 때에도 각 지역 왕조의 자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19세기말 네덜란드가 식민지 확장을 본격화하면서 발리를 무력으로 점령하자 발리의 왕족과귀족은 “무저항 대량 자결운동(puputan)”을벌이며 항거하는데, 이로 인해 국제적인 비난을받은 네덜란드 정부는 발리의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유화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이런 배경 하에 네덜란드는 발리를 ‘마지막 낙원(The Last Paradise)’이라는 표어로 “반신누드 부녀” 사진을 소개했는데, 이에 감명을 받은 많은 서구권 예술가들이 발리섬을 찾게 되었고 이는 후에 우붓을 중심으로 한 발리예술에도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타비아(Batavia,현재의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와 싱아라자(Singaraja, 식민지 시절 소순다제도를 관장하는총독부가 있었던 발리 제 2의 도시)에 정기선이취항하면서 1930년대 중반에는 해외관광객이 연간 3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발리는 서구인들이 꿈꾼 "파라다이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발리가 세계적인 관광지역으로 성장한 것은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의 적극적인 소개와 1960년대 이후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세심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1966년에는 일본에서 받은 전쟁배상금으로 건설된 발리 최초의 리조트인 “사누르 발리 비치 호텔(現 Inna Grand Bali Beach Hotel)”이 개장되고 1967년에 응우라라이(Ngurah Rai) 공항이 개통되면서 발리는 본격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1930년대 연간 해외관광객 3만 명 초기의 발리는 대형호텔을 갖춘 사누르(Sanur)지역과 젊은 서퍼(Surfer)들이 좋아하는 꾸따(Kuta) 지역 위주로 인기를 끌었는데, 비계획적인 개발로 상습적인 교통체증 등 인프라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에서는 새롭게 누사두아(Nusa Dua) 리조트 단지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오일쇼크 등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1983년 최초의 호텔인 “누사두아 비치 호텔(현 Nusa Dua Beach Hotel & Spa)”이 개장하게 되었고, 이후 누사두아 지역은 수백개의 객실과 편의시설 및 전용해변을 갖춘 세계적인 리조트가 늘어선 종합관광단지로 발전하게 된다. 꾸따해변(Kuta Beach)은 서구문화와 아시아문화가 융합되어 발전된 특이한 지역이다. 초창기 발리를 찾은 호주 서퍼(Surfer)들이 현지인들에게 파도 타는 법을 가르쳤고, 이제는 현지인 서퍼들이 발리를 찾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서핑을 지도하며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 

꾸따는 에너지 넘치는 해변과 리조트, 건전한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다국적 공간이며 르기안(Legian), 스미냑(Seminyak) 지역까지 해변이 이어진다. 스미냑은 일명 발리의 청담동으로 불리우는 곳으로 꾸따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게 개발되었다.

우붓(Ubud)은 특히 서구권 관광객들에게 ‘진정한 발리’로 추앙받는 예술마을과 그 일대를 가리킨다. 외지인이 많은 남부지역과 달리 우붓인구의 절대다수가 발리 원주민들이며, 힌두교에 기반한 독특한 예술품, 음악, 종교행사와 더불어 유기농 과 채식주의 음식, 요가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우붓의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물가를 즐기려는 개발자들을 위한 IT협업공간도 들어서고 있으며, 그중 대표적인 곳으로 후붓(HUBUD)을 꼽을 수 있다. 

발리가 다른 휴양지에 비해 차별화 되는 것은 높은 예술성과 독특한 문화에 기인한다. 화가마을 우붓과 목공예마을 마스(Mas), 금속공예로 유명한 쩨룩(Celuk), 석조공예마을 바투불란(Batubulan)에서 발리 힌두교 문화에 기반한 예술품을 생산하며, 이들 대부분은 발리 내 유수의 호텔에 납품되어 발리 관광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발리 전통의 합주음악인 가믈란(Gamelan)과 더불어 레공(Legong)댄스, 께착(Kecak)댄스 등의 전통무용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오늘날 발리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예능과 미술의 대부분은 식민지 시대 이후 네덜란드 및 유럽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체계화되었다.







① 꾸따_서핑: 꾸따를 중심으로 한 발리 서쪽의 바다는 서핑(surfing)의 매력으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인다.
② 꾸따_뽀삐스거리: 배낭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꾸따(Kuta)비치 앞 뽀삐스(Poppies) 거리.
③ 짜낭사리: 발리 곳곳에서 하루 세번 신들을 위해 바쳐지는 공물 “짜낭사리(Canang Sari)”를 볼 수 있다.
발리에는 호텔 및 레스토랑에도 사원이 있으며 집집마다 있는 사원을 합치면 3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④ 발리니즈_마사지: 원래 발리에서 마사지는 노동 중의 부상을 치료하고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진발리 전역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치료마사지사) 관광객을 위해 순화된 발리니즈 마사지(Balinese massage)는
타이 마사지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2대 마사지로 손꼽힌다.
⑤ ⑥ ⑦ 북부_로비나(Lovina)/멘장안(Menjangan)섬: 발리 북부 지역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고
남부 대비 개발도 덜 되었다. 신공항이 열린 후 이 지역의 자연파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고도개발에 따른 몸살 심각

인도네시아 밖에서 보는 발리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방문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지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관광화에 따른 고도개발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찾는 해외여행객은 연간 9백만 명(2014년 기준) 정도인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370만명 이상이 발리를 찾는다. 관광화 이전 발리인들의 생활근간이었던 농경지를 밀어버리고 그 위에 리조트 및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있으며, 난개발로 토지가와 물가가 함께 상승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현재 발리인들의 평균 월급은 150달러 정도인데, 인도네시아 경제위기로 루피아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실질임금이 낮아져 고통 받는 중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발리의 인구비율 또한 급속히 변화되는 중이다. 타지에서 직업을 찾아 유입되는 인구 때문에 무슬림 신자의 비율이 점차 높아져 “섬주민 중 힌두교인 90%이상”이라는 발리의 소개문구는 이제 80% 이하로 고쳐 써야 될 형편이며, 흔히 300만 정도로 알려진 발리의 인구도 최신 통계에 의하면 2012년 말 현재 422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발리에 외지인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나는 데는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관광산업은 연중무휴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데, 종교 및 지역사회 행사 때문에 자주 결근해야 하는 발리인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다른 종교를 가진 직원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발리 힌두교를 믿는 직원들은 수시로 하루 이틀씩 휴가를 내지만 무슬림들은 라마단 금식기간이 끝 나는 르바란 연휴기간에, 크리스천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전후에 집중적으로 휴가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1편 끝, 2편으로 이어짐)


[여행] "발리" 인도네시아 속의 다국적 혹은 무국적 지대 ( 2 )


각주

    1) 필자소개 :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여행 전문가 
    남아메리카도 인도네시아만큼 사랑한다
    현재 트래블포스트 CEO & Editor-in-Chief
    http://travel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