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남아 고속철 시리즈 ④철도로 이어질 '친디아'<5> 중국 철도는 동남아를 어떻게 꿰뚫을까?


전현우 | 철도연구가 | 루트아시아

2017년 4월 13일 9:13 오후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두 개의 회랑을 따라가면서 살펴보더라도, 아직 중국측에게 전면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2회랑이 통과하는 미얀마 북부 지역은 마약 재배까지 얽혀 있는 혼란한 지역이다. 제5회랑은 운남성 - 라오스 비엔티안 구간과 방콕-나콘랏치시마 구간,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간 고속신선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개량 사업이 아직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현우의 아시아 철도 돋보기 / 5편]

동남아시아의 반응: 일대일로 제2회랑과 제5회랑


중국 철도는 동남아를 어떻게 꿰뚫을까?


이제 이 시리즈의 주제인 동남아시아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중국의 제안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제 2회랑과 제 5회랑이 관통한다. 제 2회랑은 미얀마 북부를 동서로 관통하며, 제 5회랑은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를 남북으로 통과한다. 추가적으로 중국은 자국의 항만 시설을 정비하여 해로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다만 이 시리즈의 초점은 철도이므로, 해운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기로 한다.


중국 측이 제시하는 제2회랑의 종점은 방글라데시이다. 이 회랑의 출발지는 운남성이기 때문에, 미얀마 북부를 동서로 관통하지 않으면 종착지에 도달할 수 없다. 이 회랑은 인도양(벵갈 만)과 태평양(동중국해∙남중국해)을, 그리고 중국 서남부와 벵갈 만을 잇는다. 이 기획의 초점인 미얀마 측에서는 이 축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하다 . 


기대의 핵심은 이 축선의 위험 요소와 겹쳐 있다. 미얀마 북부는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인종적으로도 다양하여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일대는 마약 재배로도 유명한 지역이다. 범죄와 내전이 이어지는 이 지역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철도 운행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조치에 제2회랑의 성립이 달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약 재배 조직을 토벌하려면, 병력의 희생까지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얀마 북부 지역은 복잡한 산악 지역이기 때문에 진압 작전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 저자인 다우 차우 차우 세인 역시 이 지역의 정치적 상황을 부정적인 요인으로 취급한다. 

과연, 중국 서남부 지역의 해상 통로를 확보하는 한편,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골 주에 이르는 교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피를 흘릴 수도 있는 위험을 누가 감수할 것인가? 제2회랑의 최대 쟁점은 바로 이것이 될 것이다. 참고로 축선 자체의 거리는 곤명에서 만달레이까지는 약 1000km, 다카까지 약 1500km, 콜카타까지는 약 1700km로, 축선 자체는 철도가 여객 측면이든 화물 측면이든 중대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리다.


[표 6] 동남아 방면 일대일로 회랑의 대략적인 거리. 구글지도 측정.

좀 더 많은 동남아 국가가 결부된 제5회랑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겨보자. 

가장 먼저, 중국 국가정보센터의 문서와 아세안측의 문서 에서 서로 다른 축선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중국이 제시한 제5회랑은 광서성의 성도 남녕에서 출발하여 하노이를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에 진입하는 노선이다. 반면 아세안측의 『연계성 마스터플랜』에서는 곤명을 종점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베트남 뿐만 아니라 라오스, 미얀마를 통한 노선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이들 축선이 모두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제한적인 재정 상황을 생각하면 투자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만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아직 그리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은 듯하다.

3편에서 살펴보았듯, 최근 중국측은 곤명에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잇는 축선을 우선 건설하길 바라는 것 같다. 라오스 정부는 이 안을 받아들였고, 2015년 12월 착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끊이지 않고, 본격적인 공사는 2017년 1월 현재에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참조하면, 라오스에서는 공사 인력이 많은 부분 중국인이라던가, 보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던가 하는 부분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었다. 

바로 이런 문제가 라오스 인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노선은 라오스 인민에게 폭넓은 동의를 얻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전체 사업비의 70%는 중국측에서 조달한다는 점 때문에, 라오스 일각에서는 이 철도가 라오스를 중국에 종속시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중국처럼 철도 건설 자금이 모두 국내 자금이라면 정부의 재정 위기시 대처가 그나마 쉽지만, 외국 대출금의 경우에는 채무 불이행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우려에는 타당한 면이 있다.

라오스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도전도 있다. 라오스의 산간 지역에는 미공군이 베트남 전쟁 당시 호치민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투하한 항공 폭탄 가운데 불발탄이 다수 남아 있다. 그리고 2016년 9월 오바마는 라오스에 방문하여 불발탄 제거에 미국이 향후 수년간 도움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 철도의 안전한 개통과 운행을 위해서는 불발탄 제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미공군의 불발탄을 제거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책임일 것이기 때문에, 라오스에서 예기치 않은 중국과 미국의 경쟁과 협력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북부 지역은 운남성에서 오는 철도든, 광서성에서 오는 철도든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현 노선 역시 양 방면 모두를 향해 놓여 있다. 다만, 표준궤 연결은 광서성 내륙을 통해 남녕 방면으로만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해안 방면으로는 베트남측의 철도 자체가 없다.

 2017년 1월 현재 아직 베트남 내부의 연결 사업이나 베트남-라오스 사이의 철도 연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척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중국측은 운남성 방면 베트남 국경 현인 하구 야오족 자치현까지 120km/h급 객화 겸용선을 2014년에 개통시켜놓은 상태이다. 또한 남녕과 하노이 사이에는 2009년 이후 국제 여객열차도 계속해서 운행중이다.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연결은 이미 확보된 연결의 현대화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측의 적극적인 호응은 없는 듯하다.

말레이 반도로 남하하는 철도는 어떤 경우에도 태국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태국측의 철도 계획은 2010년대 내내 이어지고 있는 태국의 정치적 불안과 함께 표류하고 있다. 게다가 태국 정부는 2016년 12월 일본과 방콕-치앙마이 노선 투자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철도 공동 투자를 라오스 국경 지역이자 방콕에서 약 600km 떨어진 농카이에서 방콕에서 약 250km 떨어진 나콘랏치시마(Nakhon Ratchasima) 까지 축소시키고, 선로 역시 복선에서 단선으로 축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태국이 철도 투자와 기술 발전의 파트너로 중국만을 두는 것을 그리 적절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 같다. 향후 동남아시아 철도의 중요한 초점은 일본과 태국의 협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그리고 중국과 태국의 철도 협력을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림:추가] 중국 남부의 교통 요지 곤명(쿤밍)에서 시작되는 중국 고속 철도가 가장 먼저 어디로 연결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제5회랑의 종점인 싱가포르 부근에서는 약 3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까지 가는 고속철도 계획이 진행중이다.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이 구간 사업의 입찰에 응찰할 것이다. 전체 축선 가운데 바로 이렇게 인구와 수요가 충분한 구간부터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누구에게든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고속철도에는 매우 중요한 한계가 있다. 이미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고속철도로는 컨테이너 화물 운행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160km/h급 운행이 되는 재래선으로 운행하는 것이 2017년 현재 가장 빠른 화물열차이지만, 여기에 쓸 수 있는 철도 노선은 현재의 계획으로는 라오스-태국 국경 정도에서 끝날 것이며, 태국 내부의 재래선 개량 계획은 앞서 지적했듯 방대한 공백 상태이다. 

물론 방콕에서 쿠알라룸푸르에 이르는 1300km 이상의 노선에 대해서도 현재의 미터궤 노선을 표준궤로 개궤하고 개량하는 사업은 단순한 구상 이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7년 1월 현재로서는 철도가 중국에서 출발, 라오스와 태국을 통과하여 말라카 해협에 도달하는 화물 수송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만들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결정적인 난관이 있다. 현재 싱가포르 항에는 철도 접속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7년 1월 현재, 말레이 철도측의 항만 접속은 조호르 해협 너머에 있는 탄중 펠레파스 항(Port of Tanjung Pelepas)에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화물 철도의 혜택을 싱가포르가 누리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항의 구조를 개량하는 대규모 사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철도가 없는 상황에서, 항만에 철송 시설을 별도로 붙이는 사업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싱가포르만을 별도로 다룰 때 하겠지만, 이 곳에서도 싱가포르측의 고속열차 종착역이 주롱 이스트(Jurong East) 역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싱가포르의 철도 상황을 보여주는 종착역 선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은 새 개발지이며 싱가포르 동부의 주요 환승역이지만, 싱가포르의 도심 다운타운 코어(Downtown Core)와는 도시철도로 약 20분, 거리는 약 1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고속철도가 항공에 비해 가지고 있는 강점은 기존 역을 활용한 도심 접근성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런 위치는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창이 공항 역시 다운타운 코어와의 거리가 비슷하다. 다만, 싱가포르 내부에는 현재 철도시설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없었을 듯 하다. 

조호르 코즈웨이를 건너 싱가포르로 진입하는 과거의 철도는 공원이 되어 있고, 과거의 싱가포르 중앙역은 폐역된 채 방치되어 있다. 부지는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주차장마저 잠겨 있는 상태이다(2016년 10월 구글지도 사진). 물론 부지 규모도 협소하기 그지없다(폭 약 50m). 제5회랑 철도의 목적지이자 이 회랑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반이 되었던 대도시 싱가포르는, 그 자체의 규모와 복잡성, 그리고 철도 없이도 너끈히 거대하게 자라났던 역사 덕분에 오히려 실제로 장거리 철도를 그 속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도시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제5회랑 가운데, 2017년 1월 현재 중국측의 생각대로 철도망이 구축 또는 개량되고 있는 지역은 운남성에서 라오스 비엔티안, 그리고 태국 방콕에서 나콘랏치시마 사이 구간 뿐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방콕-나콘랏치시마 구간은 단선으로 계획이 바뀐 상태이다.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고속철은 말레이 반도 내부의 교통을 해결할 수단이며, 언제 태국 방면으로 연결되어 운남 또는 광서성 방면 연결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철도의 미터궤는 중량 화물 수송과 고속 운전을 막는 구속복과도 같은 인프라다. 게다가 세계 최대의 항구 싱가포르 항에는 철도 접속이 없기 때문에, 제5회랑을 가장 주목할만하게 만들었던 종착지는 회랑 전체에서 오히려 제대로 완성하기 가장 어려운 구간이 되고 말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듯하다. 제5회랑이 중국의 구상대로 완성되려면 적어도 상당한 시간이, 그리고 지금까지 이뤄졌던 것 보다 더 많은 조율 작업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소결론 :  절대 쉽지 많은 않은 중국-아세안 연결

지금까지 글쓴이는 중국 철도의 최근 성장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중국철도는 특히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삼아 대규모의 성장을 이루었다. 중국의 고속철도 규모는 수송량이든 연장 면이든 이제 전 세계 고속철도의 2/3에 달한다. 이 성장은 2010년대 중국의 성장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그림자가 있다. 특히 악화되고 있는 영업 수지나 지속적인 부채 누적은 상당한 우려를 불러온다. 또한 고속철도에 대한 전격적인 투자를 이끌어 낸 전직 철도부 관료 유지군의 부패 스캔들 역시 중국 인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다만 온주 사고(5회 참조)로 인해 일어난 기술력에 대한 우려는 2012년 이후 별다른 큰 사고 없이 대규모 운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수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무마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도차량 사업자인 중국중차는 세계시장의 절반을 지배하는 거대 사업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바탕 위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국제정치적 제안을 내놓는다. 중국은 강력한 추진력을 국내 고속철도에서 입증했고 이를 통해 대규모 철도 투자 수요를 창출하려는 동기 또한 충분한 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일대일로는 큰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중국측이 제시하는 여섯 개 회랑 모두에 걸쳐 철도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 따라 세간이 말하는 것 처럼 중국의 패권이 철도를 따라 확립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중국과 일대일로 회랑상의 지역을 연결하는 장거리 철도 접속의 효과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두 개의 회랑을 따라가면서 살펴보더라도, 아직 중국측에게 전면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2회랑이 통과하는 미얀마 북부 지역은 마약 재배까지 얽혀 있는 혼란한 지역이다. 제5회랑은 운남성 - 라오스 비엔티안 구간과 방콕-나콘랏치시마 구간,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간 고속신선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개량 사업이 아직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 철도의 발목을 잡는 미터궤를 개궤해야만 대량의 화물 수송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방콕 이남에서는 그러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싱가포르 항에는 철도 수송이 폐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곳이 과연 제5회랑의 종착지점으로 적절한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참고) 1. 미얀마측의 견해는 다음 문헌을 참조했다. Daw Chaw Chaw Sein, Myanmar’s Perspective of “One Belt, One Road”, as Internal Document for Silk Road Forum 2015, http://en.drc.gov.cn/DawChawChawSein.pdf (2016년 12월 30일 확인).


2. 태국 관련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http://www.bangkokpost.com/news/general/1151697/government-to-ask-japan-for-rail-project-support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