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번역|필리핀 인콰이어러] 2016년 끔찍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문재승 | 루트아시아 편집위원

2017년 1월 12일 4:00 오후



새해를 앞두고 터진 암울한 소식들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필리핀 국민 특유의 낙관주의를 발휘하는 것이리라. 여러 조사에 의하면 필리핀 국민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조건이 어떠하든, 매년 연말연시에는 항상 강력한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우리 국민들의 희망사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명칼럼 번역 |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

'끔찍했던 한 해(Annus horribilis)'를 뒤로하고



2016.12.31. Philippine Daily Inquirer 사설
http://opinion.inquirer.net/100447/annus-horribilis


2016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오늘에서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올 한해가 특별히 좋지 않은 기억들로 가득한 1년이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한 해의 마무리를 하며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어야 할 연말 분위기를 침체 시키는 여러 사건들–태풍, 화재, 폭발사고, 먀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희생 등-이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레이테(Leyte)와 북 콜타바토(North Cotabato)를 뒤흔든 테러사건으로 인해 군과 경찰은 국민들이 2017년 연말 파티 등 외부모임 참석 자제를 요청했다. 테러리스트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소 34명이 부상당한 레이테 폭발사건과 관련해, 수사당국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이슬람 세력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북콜타바토 폭발사고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터진 수류탄 공격으로 16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새해를 맞이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안 그래도 피로 얼룩져 끝도 보이지 않는 마약과의 전쟁이 벌어진 현 시국에 극도의 불안감과 암담한 전망만을 증폭시켜 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 당시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6개월 안에 승리로 이끌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도 현실성 없는 발언이었으나 그의 허풍은 날개를 달아 일부의 국민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6개월이 흘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라는 확실한 약속은 없었다. 마약과의 전쟁은 그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그리고 “마지막 마약중독자들이 길거리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마지막 마약상을 제거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사실은 대통령이 계엄령을 손쉬운 통치수단의 하나로 생각하며 선포 가능성을 들먹인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취임선서 당시 수호할 것을 약속했던 헌법에 대해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마약과의 전쟁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난폭하게 추진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다가올 새해에도 어떠한 식으로도 고삐를 늦추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지난 목요일 우리는 세 명의 청소년이 포함된 일곱 명이 익명의 총잡이에게 살해당했다는 암울한 뉴스를 접했다. 이는 초사법적인 살인이 “어쩔 수 없는 2차적 피해”라는 이름으로 둔갑되어 기승을 부린 올 한해를 확실히 규정짓는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2017년을 코앞에 둔 우리는 두테르테 세력이 생산해 낸 놀랄만한 통계수치를 목도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간 6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여전히 그 증가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주로 빈민가에 남겨져 있거나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2016년은 어떠한 희망이나 환희도 기대할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고난이 비콜(Bicol) 지역을 덮쳤다. 태풍 니나(Nina)가 휩쓸고 간 이곳에는 전기가 여전히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주택과 각종 인프라 시설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전기는 내년 1월 15일 즈음에야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새해를 암흑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케손(Quezon) 시에 거주하는 1천 세대는 크리스마스 직후 터진 화재로 집을 잃었다.

새해를 앞두고 터진 암울한 소식들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필리핀 국민 특유의 낙관주의를 발휘하는 것이리라. 여러 조사에 의하면 필리핀 국민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조건이 어떠하든, 매년 연말연시에는 항상 강력한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우리 국민들의 희망사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끔찍한 한해를 막 지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2017년에는 더 나은 삶이 우리 앞에 가득하길 바라본다.

[끝]


[참고]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은 어떤 매체?


간단하게 '인콰이어러'라고 불린다. 필리핀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자신문이다. 종이매체로는 26만부 정도 발행된다. 일간지로는 1985년 12월 9일 출범했다. 이 시기는 독자재 마르코스가 통치하던 마지막 시기이기도 했고, 암울했던 시기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신문이기도 했다. 인콰이러는 당초 주간지 <필리핀 인콰이러>를 계승한 매체다. 창립자는 유지니아 아포스톨(Eugenia Apostol)로 마르코스 정권에 꽤나 반항적인 언론인이었다.

창간초기 40여명의 기자로 시작한 이 매체는 마닐라의 허름한 지역의 불과 30평정도 되는 좁은 사무실을 편집공간으로 썼다. 칼럼니스트 '루이 벨트란'이 1989년까지 편집장을 맡았다.

1986년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한 대통령 선거를 기록하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피플파워' 운동의 가장 생생한 기록자가 된 것이다. 당시 슬로건은 "균형 잡힌 뉴스, 용기 있는 시각(Balanced news, Fearless view)"으로 시민 공모를 통한 작품이었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인 故 레티 지멘스-매그사녹(Letty Jimenez-Magsanoc)가 편집장으로 활약한다. 그의 정부 비판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유명한 포퓰리스트 레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인콰이러를 향해 "편향되고, 악질적이고, 사기적인 언론"이라고 평가했다. 친에스트라다 기업인들은 인콰이러지에 대한 광고를 빼갈 정도였다. 심지어 이 언론사 사주에 대한 테러도 있었다.

2007년 조사기관 AGB 닐슨은 인콰이어러를 필리핀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신문으로 인증하였다. 2위는 마닐라 불레틴, 3위는 필리핀 스타였다. 이 전설적인 편집장은 2015년에 사망(1941년생)했고, 인콰이러는 그를 2015년의 인물로 선정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