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남아 고속철 시리즈 ③미싱 링크를 이어라<6>국민적 합의 없이 불가능한 대교


전현우 | 과학철학자 | 독립연구가

2017년 1월 6일 7:36 오후



결국 순다해협 대교는 대규모의 재정투자 없이는 건설될 수 없다. 대교 자체뿐만 아니라, 대교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수마트라 종관 노선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대규모의 재정투자는 국민적 동의 없이는 탄력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반론 2.
만일 수요가 충분하다면,
미래수요를 담보로 부채를 조달로 정부 재정지출을 줄일 수 없을까?

재정투자 없이 순다대교는 건설이 가능할까?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연적-


건설비, 교통량, 1인당 비용 분석(외국 사례)

이번에는 순다해협 사례와 흡사한 외국 사례 검토를 통해 [반론 2]에 답해보자. 글쓴이는 검토할 사례로 [표 13]의 사례 가운데 철도연결이 제공되는 사례 네 개를 골랐다. 세토대교가 철도 연결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지만, 자료가 충분치 못해 사례 연구에서 제외했다.

글쓴이가 이들 사례를 통해 검토하려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1. 건설비가 터무니없이 싸게 책정되지는 않았는가?
    2. 현재 관찰(약 2천만 명/년) 및 예상되는(4천만 명, 2020년) 해협 횡단 페리의 수요는 어느 정도의 물량이며, 대체한 페리물량에 비해 터널 또는 대교의 수송량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예정된 대교의 용량으로는 어느 정도의 교통량까지 처리 가능한가?
    3. 이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건설 비용은 1인당 얼마 정도로 분배할 수 있는가?
    4. 재정 부담 수준은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가?

외국 사례는 이들 질문에 대해 판단할 때 사용할 기준 마련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먼저 네 가지 외국 사례를 통해,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150억 달러, 또는 물가와 환율을 반영해 2백억 달러의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공사비와 관련해 주의할 사항이 없는지 검토해 보기로 한다.


[표 16] 해협 철도 투자의 규모. 

비록 모든 시설이 15년 이상 된 곳이지만, 모든 시설물의 단가가 순다해협의 단가보다 상당히 낮다. 순다해협 대교의 단가는 최근 가치로 환산한 스토레벨트해협 대교보다도 높게 설정되어 있다. 또한 대교의 총연장은 30km를 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50억에서 200억 달러 수준의 전체 건설비는 싸기는커녕 오히려 비싼 편일 수 있다.

거대 토목 공사에서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를 활용할 경우, 공기가 늘면 이자가 늘어나 치명적이다. 사전 조사까지 부족하다면 건설비용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준비를 끝마쳤다면, 토목 공사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완료할 필요가 있다. 상당한 거리의 공사였던 유로터널이나 외레순 해협 대교 역시 착공 6~7년 만에 완공을 보았다.

이제 교통량에 대해 검토하도록 하자. 이들 네 개 사업에서 관찰되는 교통량과 순다해협의 교통량을 비교한 결과가 다음과 같다.


[표 17] 해협을 건너는 수요. 빈 칸은 정보를 찾지 못한 부분이다. 정보 출처는 주석에 명시하겠다.

순다해협 페리의 수요는 이들 모든 해협의 수요보다 훨씬 많다. 안타깝게도 화물 수요를 알 수 없으나, 도로가 함께 공급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상당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페리의 수요만으로도 이들보다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표 18]을 참조하면, 대교의 개통은 여객의 양을 급격히 증가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완전히 페리를 대체한 스토레벨트 해협 대교는 이전의 페리보다 철도 여객은 2배, 도로 차량은 4배 가량 많이 수송하고 있다.


[표 18] 대교건설로 인한 통행량 증가의 수준. http://www.e-pages.dk/sundblt/183/ 참조. 외레순 해협의 경우 과거 코펜하겐-말뫼간 페리에 대한 데이터를 찾지 못하였으며, 유로터널과 세이칸 터널의 경우 여전히 페리가 상당한 규모로 영업하고 있어 데이터를 수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교의 교통 용량을 파악해 보자. 고속도로와 철도의 용량에 대해 통상 알려진 변수에 따라 계산해 보면, 순다해협 대교는 다음과 같은 수준의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 19] 대교의 편도 용량. 철도는 통상 3분까지 열차 간격을 좁힐 수 있으나, 열차간 간격을 5분으로 보고 또 절반 정도는 화물 열차를 투입한다고 가정해 1시간당 6편 정도의 여객 열차가 편성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열차당 1천명의 수송량은 한중일 고속철도의 대규모 차량에서 볼 수 있다. 고속도로의 차선당 1시간 용량은 『도로용량편람』을 참조해 설계속도 120km/h 도로의 서비스 수준 C 수준(속도 약 10% 저하)으로 맞췄다.

결국 철도와 도로의 용량을 합산하면, 1년에 편도 7천만 명, 왕복 1억 4천만 명을 수송하는 데 문제는 없다. 이는 페리수송량의 7배에 달하는 만큼 상당히 넉넉한 용량이다. 물론 이 수준의 용량 역시 만일 대교 주변에 대도시가 존재한다면 금세 포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표 20]에서 보듯 양안의 지자체를 대도시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또한 대교가 걸리는 해협 양안에 시가지가 발달한 상태도 아닌 만큼 단거리 교통량으로 인한 교량의 포화는 개통 후 여러 해 동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표 20] 대교 양안의 지자체 인구. 주 아래의 2단계 행정구역에 해당한다.

결국 순다해협을 넘는 교통량의 규모는 세계에서 해협을 건너는 대규모 교량∙터널 투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예정된 용량은 예상되는 교통량을 상당기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 꼭 필요한 사항이 있다. 2016년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약 1억 대의 오토바이가 있으며, 자전거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또 이들 오토바이 가운데 상당수는 10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 적절하지 않을 것이고, 바다의 변화무쌍한 기상에 그대로 노출된 운전자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별도의 수단이 있어야 더 많은 인도네시아 인들이 대교의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유로 터널의 르(le) 셔틀처럼 오토바이, 자전거를 사람과 함께 수송할 별도의 열차편을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셔틀 열차를 원활하게 투입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해협 부근의 도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그리고 철도 용량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대교에 놓일 철도를 2복선으로 부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재정 문제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대교 건설에 150억 달러에서 2백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확인했다. 이 가운데 얼마만큼을 이용객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표 21]을 보자.


[표 21] 덴마크의 두 해협 교량 대한 지불액의 수준. 운영사 데이터를 수합했다.

덴마크의 두 대교의 경우, 도로의 경우 차량당 지불액은 25~35달러(2.5~3.5만원), 철도는 1인당 지불액이 1달러에서 10달러(0.2~1만원) 수준이다. 순다해협 대교의 길이는 이들 교량을 합친 수준이므로, 이들의 합을 기준으로 1인당 지불액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덴마크에 비해 매우 소득이 낮다. [표 22]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인도네시아의 명목 소득은 덴마크의 1/20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순다해협을 잇는 페리의 운임 역시 상당히 낮다.


[표 23] 메락 터미널-바카우헤니 항 사이의 페리 운임.

소득과 현행 페리 운임을 감안했을 때, 순다대교의 1인당 지불액은 덴마크의 1/5 정도가 적정하다. 페리보다 두 배 정도 올릴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물론 소요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안정적인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표 24]는 이런 지불액을 가정했을 때 얼마의 연 수입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며, [표 25]는 이런 수입이 전체 건설비에 비해 얼마 정도 되는지 보여준다.


[표 25] 순다해협 대교의 건설비와 예상 수입 비교. 건설비는 2백억 달러로 계산했다.

낮은 지불 수준 덕분에, 순다대교의 용량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통행료로는 원금 상환에만 8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용량이 다 차지 않는다면 상환에는 200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표 24]의 계산은 이자를 감안하지 않은 계산이기도 하다. 이자를 감안해 약 30년 정도의 건설부채 상환 계획을 세우고 있는 덴마크 측의 연 수입은 [표 25]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순부채나 건설비의 1/10 수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순다해협 대교를 실제로 부채로 건설할 경우 원활한 부채 상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감안해 통행료를 결정해야만 한다.


[표 26] 부채 및 건설비와 연수입 비교표.

결국 현재 인도네시아의 소득 수준으로 볼 때, 순다해협 대교를 전액 부채로 건설하기는 어렵다. 상당한 수준의 재정 투자는 불가피하며, 아마도 절반 정도의 재정 투자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초기 순부채는 예상 연 수입의 40배에 달하게 되므로, 부채 상환에는 1세기 또는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과연 무엇이 최선일까

조코위 행정부 역시 대교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순다해협 대교는 분명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위해 가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특히 재정 문제가 거대한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선박 세력을 보조금과 함께 동인도네시아의 저발전 지역으로 이전하면 오히려 동인도네시아에 교통망을 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대교가 직접 놓이는 람풍주는 상당한 저발전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대교가 인도네시아의 균형 발전, 그리고 해양 전략과 모순되진 않는다. 그러나 재정 문제만큼은 정말로 해결하기 어렵다. 건설비 2백억 달러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정부가 부담하지 않으면 원활한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막대한 부담은 순다해협에 있는 선박 세력을 동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데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 문제에서도 재정당국이 선뜻 행동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마트라 내부 교통망은 대단히 빈약하다. 바카우헤니 항에서는 팔렘방∙메단은 커녕, 반다르람풍까지 가는 철도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도로 역시 2차선에 불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마트라를 종관하는 철도, 그리고 고속도로 투자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순다해협 대교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차례 강조했다시피, 철도 투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변 교통 네트워크 전반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순다해협 대교를 평가할 때도 잊어서는 안 되는 원칙이다. 수마트라 방면에서 철도∙고속도로가 신설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바 방면에서도 표준궤 철도를 통해 자카르타와의 고속∙대량 수송을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표 27]을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표 27] 자카르타와 수마트라 주요 도시 사이의 소요시간과 거리. 현행 소요시간과 최단도로거리 값은 구글 지도 검색을 참조했다. 참고로 12시간은 720분, 하루는 1440분이다.

자카르타-반다르람풍 구간을 제외하면, 대교만 신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90분의 시간이 큰 의미가 있는 구간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자바와 람풍주의 연결조차도 속도 개선이 극적이지는 않다. 당장 200km/h급의 표정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철도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대교에 들어갈 막대한 투자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교와 함께 적어도 팔렘방에 이르며 평균속도 100km/h를 낼 수 있는 철도망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런 속도는 표준궤로 영업최고속도 150km/h 이상을 내는 운전을 해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다.

이 이상의 속도, 예를 들어 표정속도 200km/h 이상의 속도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은 250km/h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철도뿐이다. 물론 지금은 도로조차 2차선에 불과한 수마트라 지역에 당장 고속철도 투자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교의 효과를 수마트라 남부뿐만 아니라 수마트라 전역으로 확대시키길 원한다면 고속 철도 투자를 해야만 한다. [표 27]에서 볼 수 있듯, 수마트라 최대의 도시 메단이나 서해안의 산업 도시 파당은 고속철도 없이는 순다해협에서 육로로 하루종일 걸리는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림 4] 순다해협을 넘는 OD분석. OD는 origin–destination, 즉 출발지/도착지의 약자다. 출처는 그림에 명시된 대로다. 대부분 수마트라 남부 지역(람풍주, 남 수마트라 주)에 통행량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일이 10년 이상 지난 통계이지만 이후 수마트라 내부에 별다른 육로 투자가 없었으므로 지금도 이 비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림 4]는 수마트라 종관 노선 투자가 순다해협 대교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그림에 따르면, 순다해협 페리의 영향이 볼 수 있듯 대체로 남부 수마트라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수마트라가 남북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수마트라를 종관하는 육로가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순다해협 대교가 수마트라 종관선과 함께 건설되지 않는다면, 비록 람풍주와 남 수마트라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지역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소요시간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찰되는 통행량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결국 순다해협 대교는 대규모의 재정투자 없이는 건설될 수 없다. 대교 자체뿐만 아니라, 대교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수마트라 종관 노선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대규모의 재정투자는 국민적 동의 없이는 탄력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는 순다해협 대교에 대한 투자가 이런 국민적 동의를 얻을 방법이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교는 『마스터플랜』이 제시한 이유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람풍주에 대한 균형 발전의 도구라는 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행정부가 대교 건설과 동시에 해양 세력의 재배치와 수마트라 종관 노선과의 연계를 수행해 낸다면, 대교는 수마트라는 물론 동인도네시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들 요소를 강화한 상세 계획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강화해 나간다면, 순다해협 대교는 현실과 가까워 질 것이다.

말라카 해협: 안개 속의 다리

말라카 해협 대교에 대한 논의는 순다해협 대교에 비하면 잠잠하다. 2013년경 말레이시아의 한 지방정부(말라카 주) 측에서 내놓은 제안 이 있긴 했으나, 그 다음 소식을 글쓴이는 찾지 못하였다.
왜 말라카 해협 대교가 순다해협 대교보다 진행이 느린지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네 가지 정도 있을 것이다.


1. 국제 연결 노선이다. 말라카 해협을 넘는 노선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가장 남측에서는 싱가포르와 연결된다. 3개국이 관련된 노선은 1국 내부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노선보다 더 복잡한 이해 관계를 조율해야만 하며, 따라서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2. 연결 지점이 여럿이다. 말라카 주에서는 말라카 시에서 약 50km를 건너면 나오는 루파트 섬을 지나 리아우 주 듀마이 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제안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바탐 섬을 거쳐 수마트라로 이어지는 노선이나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카리문베사르(Karimunbesar) 섬을 거쳐 수마트라로 이어지는 노선 역시 가능하다. 물론 이들 두 노선은 수많은 다리를 건너야 하며, 인구가 희박한 수마트라 동부의 거대한 늪 지대를 150km 이상 돌파해야 하는 난점이 있는 노선이다. 그러나 대수요처 싱가포르와 더 가깝다는 점에서, 그리고 장대 교량의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더 유리하긴 하다.

3. 연결을 위해 필요한 거리가 더 멀다. 앞서 언급했듯, 말라카-듀마이 노선은 50km에 달하는 초장대 교량을 필요로 한다. 조호르바루나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최대 교량의 규모는 줄어들지만 반대로 전체 교량의 총연장은 훨씬 더 길어진다. 수마트라의 인구 밀집지역으로 연결되는 거리 또한 람풍주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다. 람풍주에서는 건너자마자 인구 밀집지역이 시작되는 반면, 말라카-듀마이 노선은 인구가 희박한 루파트 섬을 지나야 한다.

4. 현재 순다해협 횡단 노선만큼의 대규모 수요를 보이는 페리 노선이 없다. 비록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일대의 여객선 수가 수라바야만큼 많기는 하지만[표 11], 이들 선박이 순다해협 횡단 노선처럼 단일 노선에 집중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말라카 해협 횡단 수요는 순다해협 횡단 수요만큼 지리적으로 집중되어 있지 않으며, 수요가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만큼 다리 하나로는 처리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면, 말라카해협 대교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정말로 구체화된 논의가 있을 미래로 미뤄두어도 무방할 것이다.

3회에 대한 결론

현재 동남아시아의 철도는 여러 개로 쪼개져 있다. 이들을 하나로 잇기 위해 연결해야 할 구간을 짚어보고, 각 구간마다 쟁점을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내용이었다.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이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라오스가 “인도차이나의 스위스”라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실제 스위스처럼 철도에 주목하고 정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캄보디아 역시 아세안의 협력과 자국민의 경제적 기회 확대를 위해 태국 및 베트남의 철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미얀마 철도와 태국 철도 사이의 연결 확보는 태국 서북부의 철도 투자와 보조를 함께 해야만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순다해협 대교가 국민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분석 결과 순다해협 연결은 거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불 능력이 아직 부족한 인도네시아의 여건상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

따라서 문제는 이런 거대 사업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여부에 있다. 필자는 수마트라 종관선과 동인도네시아로의 페리 세력 이전과 같은 과업을 함께 수행해 대교 투자의 이익을 최대한 넓은 범위의 사람들이 누리게 만든다면 이런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순다대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이들 구간을 모두 살펴본 결과, 이들 빈 고리에 철도가 아직 없는 상황은 험준한 지형 탓도 있지만 철도연결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의지 또한 부족한 탓도 있다. 특히 대륙부 동남아시아의 주요 고리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는 그와 같은 수준의 험준한 구간을 돌파하는 철도가 많이 있기에, 각국의 요인이 중요한 쟁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들 국제 연결은 동남아 각국에게 큰 도전이다. 경험이 부족하기에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고, 재원이 부족하기에 재정이 원만하게 조달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가 발전을 이끄는 기관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세밀하게 입증하는 한편, 높은 발전 목표를 세우고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각국 정부와 철도당국이 노력한다면 이들 연결 역시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