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남아 고속철 시리즈 ③미싱 링크를 이어라<4>인도네시아의 고민 '순다 대교'


전현우 | 철도연구가 | ROOTASIA

2016년 12월 4일 2:10 오전



30km 넓이의 바다를 넘는 토목 시설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또한 지질학적으로도 이 지역은 대단히 역동적인 지역이다. 심지어 거대한 인도양에서 좁은 해협으로 몰려드는 조수로 인해 파도까지 높다. 하지만 해협 양안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준의 인구와 경제 활동 규모가 집중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에 대한 소고①


순다 해협: 논란의 중심


순다 해협은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을 가르는 해협이며, 가장 좁은 곳의 폭 역시 30km에 육박한다. 해협 남서쪽에는 1801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산 폭발을 일으킨 크라카타우 화산이 존재할 정도로 지질 활동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인도양에서 자바 해∙동중국해로 움직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항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순다 해협을 사이에 둔 두 섬, 수마트라와 자바의 인구는 표에서 보듯이 '1억4500만(표 7)' 및 '5000만(표 8)' 정도다. 자바 섬의 인구는 일본보다 많고, 두 섬의 인구를 합치면 2억 명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순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직접 마주보고 있는 주는 수마트라 측의 람풍 주와 자바 측의 반텐 주이다. 람풍 주는 수마트라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주이기도 하다. 순다 대교의 영향을 직접 받을 두 주의 인구만 하더라도 1800만이다. 비록 두 주의 지역내 총생산은 약 537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구 1천만을 자랑하며 1인당 소득 역시 1만 달러를 한참 상회하는 동남아 최대의 도시 자카르타의 도심은 해협에서 채 150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다 해협의 배후 인구와 경제 규모 모두는 상당하다. 자카르타와 해협의 거리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청주 사이의 거리 수준에 불과하므로, 자카르타와 해협을 잇는 고속 교통망을 설치하면 자카르타 역시 순다 해협으로부터 멀지 않게 된다.

30km 넓이의 바다를 넘는 토목 시설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또한 지질학적으로도 이 지역은 대단히 역동적인 지역이다. 심지어 거대한 인도양에서 좁은 해협으로 몰려드는 조수로 인해 파도까지 높다. 하지만 해협 양안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준의 인구와 경제 활동 규모가 집중되어 있다. 언론은 양안의 터미널이 미어터질 정도로 차량과 인파가 몰려든다는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을 정도다. 아주 오래전부터 역동적이었던 자연과, 날이 갈수록 그 힘을 더해가는 인간 활동은 해협으로 몰려드는 조류처럼 순다 해협에서 거세게 부딪치고 있다.

이번 절에서는 이런 순다 해협 위에 걸릴 순다 해협 대교에 대한 논란을 살펴본다. 순다 해협 대교는 왜 지금껏 여전히 논란거리로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추적하는 논의로 쟁점을 옮겨 보자.

원대한 계획

순다 해협 대교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프로젝트이자 국력을 기울이는 거대 프로젝트로 등장한 것은 2011년 유도요노 행정부가 내놓은 경제개발 『마스터플랜』에 수마트라 지역의 핵심 사업으로 등재되면서부터 인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플랜』은 수마트라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으로 이 사업을 꼽고 있으며, 경제 회랑(corridor)별로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를 분석해 놓고 있는 총론 부분(pp. 49-50)에서도 언급될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50조 루피아(1500억 달러, 15조 원)로 설정되어 있다.


『마스터플랜』은 대교 건설의 편익으로 다음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pp. 69-70)

1. 풍랑 및 안개 등의 악기상과 무관하게 두 섬 사이의 여객 및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현재 페리의 수송 시간은 약 2-3시간이나, 차량은 약 30분 정도면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복선철도 역시 포함되어 연결을 강화할 것이다.

2. 수도관, 가스관, 통신선로를 연결할 수 있으며, 해양 에너지 발전소 또한 건설될 것이다.

3. 자바 섬에서 수마트라 섬으로의 경제활동 이전 활성화.

4. 자바 지역을 기반으로 수마트라 섬의 농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

5. 주변 지역의 관광, 그리고 (자바 섬 방면에 있는) 실레곤(Cilegon) 지역의 철강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6. 산업, 관광, 수송 서비스에게 동력이 된다. 특히 대교는 중요 관광 거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마스터플랜』은 대교의 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순다 해협은 인도네시아 해로의 목구멍과 같은 곳이므로, 대교는 미 해군의 최신예 항공모함까지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건설될 것이다. 그림 3에서, 이 교량은 최대 경간이 3km에 달하는 규모로 건설하자는 제안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교량의 각 부분 건설 방법이다.

대교 건설 소식은 멀리 한국의 건설업계도 설레게 한 모양이다. 지금도 건설업계가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기사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도요노 행정부는 2014년 퇴임 때까지 대교 건설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서, 대교 건설의 전망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논란과 조코위 행정부의 관심 전환

2014년 말 새롭게 정권을 잡은 조코 위도도(이른바 “조코위”)는 대교 건설을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보류한다.

1. 대교건설은 해양 국가로서의 인도네시아의 위상을 강화하자는 조코위의 전략 목표와 모순될 수 있다. 페리 세력을 증강하여 증가하는 수송 수요에 대처한다면, 해양 관련 산업에게 수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2. 대교건설은 서인도네시아와 동인도네시아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더 크게 벌려놓을 것이다. 동인도네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경제적 이득을 주지 않는 사업이라면, 대교가 지역적 불균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추론에는 근거가 있다.

3. 다리 부근 토지가격 상승으로 공공 도시개발 사업이 어려워진다. 반텐 주와 람풍 주 해안 지역의 공공 개발 사업을 염두에 두고 보류 판단을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3번의 경우는 국지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들 이유 가운데, 특히 1번과 2번은 조코위가 강조하는 국가 대전략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인도네시아를 “세계 해양의 축(poros maritim dunia)”으로 우뚝 세우자는 것이 조코위가 말하는 대전략의 내용이다. 이에 비춰보았을 때, 대교 건설은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야 한다.


인도네시아를 세계 해양의 축으로 삼자는 국가 대전략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조코위가 언급하는 해양 대전략은 크게 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적 측면이 한 가지고, 국제정치적 측면이 또 한 가지다. 경제적 측면에서 언급되는 문제는 특히 동인도네시아 지역의 항구 등 해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문제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동인도네시아의 여러 섬들은 자급자족적 경제를 유지하고 있고, 따라서 무역과 상업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으며 결국 동인도네시아의 저개발상태는 지속된다는 진단이 이뤄진다. 한 기사에 따르면 파당-자카르타 사이 40ft 컨테이너 운임이 자카르타-싱가포르 운임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표 10)

이같은 과다한 운임 때문에, 동인도네시아의 새우와 같은 질 좋은 수산물 역시 자바 시장으로 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그냥 방치하면 동인도네시아의 상대 빈곤은 점점 가속화될 것이며, 무역과 상업 발달은 벽에 가로막힐 것이고, 나아가 인도네시아를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행위자로 만드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결국 동인도네시아 지역에 대해 자바 섬의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자체가 의심받게 될 지도 모른다.

군사적, 국제정치적 의미의 핵심은 이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제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지상작전보다는 오히려 해양작전을 필요로 한다. 20세기 내내, 인도네시아 육군은 아체, 동티모르에서 분리독립주의자들과 교전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분리독립운동이 끝난 오늘날, 인도네시아에 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규모 해상세력이 필요하게 됐다.

대표적인 분쟁이 바로 중국과의 나투나 제도 분쟁이다. 2016년 5월에는 조코위 본인이 제도에 몸소 방문하여 중국에게 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2004년의 대규모 쓰나미로 인해 인도양 방면으로도 인도네시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 해군의 해양전력은 남중국해 방면뿐만 아니라 인도양 방면으로도 확대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코위 행정부는 GDP의 1.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고 해, 공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들 두 측면에서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해양 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바로 이 점을 고려하여 조코위는 순다 대교를 보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순다 해협을 넘는 막대한 교통량은 해운 산업과 조선 산업의 일거리가 될 수 있으며, 또 순다 해협 대교에 투자될 막대한 재원을 동인도네시아의 항구에 우선 투자하면 지역 균형 발전에 더 적절한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결국 조코위 행정부는 지금까지 대교 건설을 진척시키지 않고 있다.

조코위가 명시적으로 제시한 이유와 추가 분석을 검토한 결과, 글쓴이는 순다 해협과 관련된 논란이 다음 두 질문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①순다해협 대교는 동인도네시아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기만 하는가?

②순다해협 대교는 정부의 재정투자 없이는 불가능한가?

(정부 재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면, 그 재정을 동인도네시아 또는 수마트라의 다른 사업에 투자하여 효과를 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은 중요하다)

반론 1-1. 오히려, 현 순다 해협의 해양 세력을 동인도네시아로 옮겨 배치하면 낫지 않은가? 즉, 순다 대교 개통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박과 항구 장비를 동인도네시아로 옮겨 배치하면 비교적 적은 투자로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은가?

글쓴이는 이 주장을 점검하기 위해 순다 해협의 해상 수송량이 인도네시아의 수상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조사할 것이다. 그 비중이 높을수록 해협의 해상 세력에 대한 조치는 인도네시아의 해양 전략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반론 1-2. 균형발전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위해 이뤄져야 하는가?

이를 위해, 글쓴이는 인도네시아의 각 지역과 주별 지역내 총생산, 그리고 총생산으로 잘 잡히지 않는 발전 수준을 포착하기 위해 개발된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까지 활용하여 어느 주가 발전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평가할 것이다.

질문 2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반론 2. 만일 수요가 충분하다면, 미래 수요를 담보로 부채를 조달하여 정부 재정 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은가?

글쓴이는 이를 위해 몇 개의 외국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대교에서 얼마만큼의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수요에 얼마만큼의 운임을 물리면 될 지 점검할 계획이다.


[표7] 자바 인구
[표8] 수마트라섬 인구

[표10]40ft 컨테이너 운송 비용



<계속이어집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