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동남아 고속철 시리즈 ③미싱 링크를 이어라<1>라오스에 고함


전현우 | 루트아시아 필진 | 철도연구가

2016년 9월 29일 12:18 오후



라오스는 자국의 목표를 “동남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산간의 내륙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에서 다르다. 그 차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도다.

산맥과 바다를 넘어 – 동남아 철도 네트워크의 빈 고리

지금까지 우리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철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동남아시아 철도가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앞서 지적한 약점 가운데 하나인, 일곱 조각으로 네트워크가 쪼개져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 고리 노선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철도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연결해야 하는 구간이 어디인지를 확인한 다음, 각 구간별로 눈에 띄는 쟁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네트워크의 빈 고리

표 1과 지도를 통해, 어디가 철도 네트워크의 빈 곳인지 확인해 보자.

  <표 1 >동남아시아 내부 철도 네트워크의 주요 “미싱 링크.” 


<표 1>에서 제시한 여러 구간은 프놈펜-아란야프라텟 구간을 제외하면 지형 때문에 철도를 부설하기 녹녹찮은 지역이다. 라오스, 미얀마 방면 연결은 모두 산악을 넘어야 한다. 호치민과 프놈펜 사이는 메콩 강이 관통하며 주변에 소택지가 발달한 습지대이다. 수마트라 종관선은 길이 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여전히 활화산이 즐비한 험준한 지형을 관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관이 있다. 특히 수마트라 서해안에 위치한 파당(Padang) 시를 수마트라 동해안을 주로 따라 가는 종관선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수마트라의 등뼈와도 같은 바리산 산맥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Critical Missing Link in Southeast China >

지형상의 어려움 가운데 가장 특별한 구간은 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 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 그리고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 사이의 순다 해협이다. 아무리 짧은 구간을 건너더라도, 순다 해협은 약 30km, 말라카 해협은 20km를 넘어야 한다. 특히 말라카 해협의 경우 말레이 반도에서 수마트라 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협수로를 합쳐 거의 50~60km 가까운 거리의 바다를 건너야만 한다. 세계적으로도 이 거리의 해협을 연결하는 육로는 드물다. 하지만 이 구간을 철도로 연결하지 않는다면, 동남아시아의 쪼개진 철도 네트워크는 결국 하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해협 연결 철도에 대한 논의는 글의 후반부에서 별도로 진행하겠다.


앞서 살펴보았듯, 동남아시아의 기존 철도망은 협궤망이기 때문에 험한 지형을 좀 더 쉽게 넘어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부에서 확인했듯, 협궤는 지금까지 동남아시아 인들에게 긴 철도를 선사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왕에 철도 투자를 한다면, 수송량과 속도 면에서 장점이 큰 표준궤 부설이 이들 빈 고리에서부터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I. 메콩 강과 라오스∙미얀마의 산맥 – 연약 지반과 산악 지형

이번 절에서는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의 육상 철도 연결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 국가는 모두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빈국이며, 특히 라오스에는 현재 사실상 철도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 철도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대륙부 동남아시아의 철도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쪼개진 채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시급하게 정비되어야 하는 철도는 바로 이들 나라의 철도인 셈이다. 

[ 라오스, 동남아시아의 스위스? ]

최근 라오스는 자국의 목표를 “동남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1]. 산간의 내륙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위스는 세계적 부국이라는 점에서 이런 야심찬 목표 설정은 적절하다. 그렇지만 오늘날 라오스는 스위스와 매우 중요한 부분에서 다르다. 그 차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도다. 글쓴이는 잠시 스위스 철도에서 주목할만한 지점을 짚어보고, 라오스는 거기서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논의할 것이다.

스위스는 험준한 산악 지형에 위치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가치가 높은 교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과 북부 이탈리아 사이의, 우회하기 어려운 길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알프스 산맥을 넘는 철도와 도로는 모두 막대한 교통량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이 교통망의 주축은 철도다. 우리는 이미 앞서 스위스 철도의 1인당 여객 수송량이 압도적인 유럽 1위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물론 스위스의 지형으로 인해 도로 여건이 비교적 열악하다는 점 또한 그 원인일 수 있지만, 스위스 철도 당국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른바 “철도 2000(Bahn 2000)” 프로젝트가 바로 그 핵심이었다. 이 계획은 고속신선 투자는 자제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철도를 개량하는 데 초점이 있었고, 그 결과 지난 20년간 대부분의 철도 네트워크 지점에서 확실한 수요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림 1) 물론 필요한 곳에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알프스 관통 철도망이다. 2016년 연말 영업 운전 개시가 예정된 세계 최장거리 터널 고타르트 베이스(Gotthard Base) 터널에는 총 1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다. 이 터널을 넘어가면 북부 이탈리아 최대의 대도시 밀라노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정체된 취리히 남측의 여객 연결을 활성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1 스위스 철도의 여객 통행량. 스위스 철도공사(SBB) 제공. 여객 통행이 집중되는 구간, 그리고 주요 구간의 교통량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이 시작하는 고타르드 지점을 알아보기 쉽도록 이름에 빨간 네모를 쳐 두었다. http://www.sbb.ch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 투자를 이끈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환경이었다. 알프스 관통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환경 피해가 예상되자, 이것을 억제하기 위해 도로 화물 수송을 철도로 이전시키기 위해 세계 최대의 터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국민 발의(popular initiative)를 1994년 2월 통과했다.[2]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야말로 방대한 수준의 화물열차가 통과할 것이 예정되어 있다. (표 2)





운행횟수(일 왕복)

영업속도(km/h)

화물

260

160

여객

65

200

표 2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의 열차 운행량. 

2016년 연말 개통시 적용될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http://www.gottardo2016.ch/e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하루 260회는 선로를 24시간 운영하더라도 5.5분에 한 편을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다. 왕복이라고 해도 한 방향으로 평균 11분에 한 편이 다니게 된다. 화물 열차가 대도시 지하철만큼 운행한다고 보면 된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 스위스를 자신들의 발전 모델로 생각한다면, 라오스는 스위스 철도 역시 자신들의 발전 모델로 생각해야만 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물류 중심지의 위상은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환경에 끼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반적으로 투자를 절제하면서도 고타르드 베이스 터널에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는 부분이다. 라오스가 지리적 입지를 활용하여 대륙부 동남아시아의 물류 중심이 되고자 한다면, 라오스의 청정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규모의 철도 투자는 필요하다. 만일 철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라오스를 관통하는 도로에는 트럭 차량들이 철도 투자가 없었을 때 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이고, 매연과 진동이 도로 주변 지역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교통 사고 역시 빈발하게 될 것이다.

현재 라오스에는 철도망이 사실상 없다. 단 하나의 예외가 추후 태국과 비엔티엔 사이의 연결을 위해 메콩 강 위에 부설된 태국-라오스 우의교를 따라 넘어와 있는 철도다. 그러나 이 망은 당초 계획[3]보다 몇 년 이상 늦어져, 2단계 사업인 현 동포시(Dongphosy)역에서 비엔티엔 시내에 이르는 구간은 2016년 9월 현재 아직 부설되지 못한 상태다.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가르는 메콩강은 오랜기간 동남아의 주요 교통 망역할을 해왔다 / 태국과 라오스를 연결하는 우의교/ 그 위를 달리는 협궤열차

도로와 같은 다리를 사용하는 철도는 수송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특히 도로를 압도하는 중량 화물은 수송할 수 없다. (부록 1에서 축중에 대한 해설 참조하라.) 따라서 현재의 망은 라오스가 스위스와 같은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엔티안 시가지와 역이 멀리 떨어진 현재의 상태로는 비엔티안과 태국의 농카이 사이의 여객을 처리하는 데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라오스가 스위스와 비슷해지기 위해서는 철도를 새롭게 부설해야만 한다. 주목할만한 노선으로 중국 운남성에서 내려와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 태국으로 넘어가는 남북망, 그리고 베트남에서 출발하여 제2의 도시 카이손폼바한[4]을 통과하여 태국으로 연결되는 동서망이 있다.

이들 망은 아직 도시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산악 지역을 관통해야 한다. 또한 이들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험준한 산맥을 계속해서 넘어야 한다. 그러나 라오스 북부 지역의 산악은 2000m를 한참 넘는 험준한 산악은 아니기 때문에, 고타르드 베이스 터널과 같은 수준의 토목 공사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다. 보도에 잡히는 대로면, 중국측은 운남 성 시솽반자 자치주 멍라(勐腊) 현에서 비엔티안에 이르는 구간에 철도를 부설하려고 하며, 길이는 대략 450km 수준이고 예산은 약 60억 달러를 투자할 생각인 듯하다. 이 수준의 가격은 운남성 내부에서 이뤄지는 지선 철도 투자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중국의 장거리 산악 지역을 관통하는 복선 간선 철도에 비해서는 싼 편이기도 하다(표 3).


<표 3 >중국 산악 지역의 몇몇 철도와 라오스 종관 철도의 가격 비교. 운남선 내부의 짧은 철도들은 단선 철도로 보인다. 중경-귀양, 성도-란주간 철도는 복선이 맞다.


베트남 방면에서 넘어오는 철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업 진척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방면의 산악은 운남성에서 라오스 북부를 거쳐 비엔티안에 이르는 구간에 비해서는 완만하며 관통해야 할 길이도 짧은 편이다. 이런 지역에서, 비싸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수 km 이상의 장대 터널은 300km/h 이상의 고속신선을 부설할 좀 더 먼 미래에나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200km/h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속신선을 지어도, 그 속도를 화물에 온전히 활용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2016년 현재 상업 운전이 이뤄지고 있는 화물열차의 최고속도는 세계적으로도 160km/h 수준이다. 앞서 살펴본 고타드 베이스 터널이 이 수준의 운전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구간이다. 물론 독일의 고속선 가운데는 160km/h의 화물 열차와 250km/h의 여객 고속 열차가 공용하는 구간도 있고, 중국에서도 200km/h급 여객 열차와 그보다 느린 화물 열차가 함께 다니는 선로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열차의 속도가 극단적으로 다를 경우, 여객 열차가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대피 운전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운용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현재 철도 자체가 없는 라오스로서는 이런 능력을 갖출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150km/h 정도의 속도를 내고, 화물 또한 쉽게 수송할 수 있는 복합 교통선을 짓는 방향이 적절할 것이다.

라오스 남부 지역을 잇는 철도에 대한 논의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알려진대로라면, 라오스의 철도는 운남 성과 태국, 그리고 베트남과 태국 사이를 잇는 노선만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노선만으로는 카이손폼바한과 비엔티안을 연결할 수 없다. 라오스의 철도는 궁극적으로 라오스 인민에게 이득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도와 제2도시를 잇는 여객 철도가 필요하다. 

또 다시 스위스의 사례를 들면,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 스위스의 철도 여객은 국제 열차가 아니라 대부분 취리히, 베른, 바젤, 제네바와 같은 자국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라오스의 인구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그 양이 적다고는 하지만, 취리히의 인구(약 40만 명)라고 해서 비엔티안(약 60만 명)보다 많지는 않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철도로 여객 수요를 해결하려 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메콩 강과 인근 지역의 저지대를 따라 노선을 부설하면, 험준한 지형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라오스가 정말로 “스위스”를 닮고 싶다면, 라오스 정부는 스위스 철도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지리적 여건상 집중되는 막대한 양의 물동량을 환경 부담이 적은 철도로 처리하는 계획은 스위스 시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라오스 역시 물류를 통한 경제 발전이 자연과 라오스 인민에게 가져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도를 적극 활용해야만 한다. 또한 라오스를 관통하는 철도뿐 아니라, 라오스 국내 수요를 철도로 처리하기 위한 계획 역시 세워야만 한다. 비록 현재 라오스는 재정이 충분치 않아 중국에서 출발하는 남북 방향 철도망에 대해서는 대규모의 중국 지원금을 받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5], 앞으로 스위스와 같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과감하고 지속적인 철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1]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05152200005&code=920100 박병률, 「라오스, ‘인도차이나의 스위스’로 변신 중」, 『경향비즈』, 2016.06.15.

[2] 이른바 “alps initiative”라고 불린다. 투표 결과는 다음을 참조하라. https://en.wikipedia.org/wiki/Swiss_referendums,_1994

[3] http://www.railway-technology.com/projects/thai-laoslink/ 참조.

[4] 몇몇 문서에서는 메콩 강 상류로 100km 올라간 지점에 있는 타케크(Thakek)가 라오스측 경유지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http://www.unescap.org/sites/default/files/Thailand%20-%20Progress%20of%20cross%20border%20transportation.pdf

[5] 다음 기사에 따르면, 중국측은 총사업비의 70%를 조달하고, 그 가운데 5억 달러는 저리대출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http://2korea.hani.co.kr/406055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