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발리" 인도네시아 속의 다국적 혹은 무국적 지대 ( 2 )


김 정 훈 | 인도네시아 여행가 | 오지여행 전문라이터 |

2016년 6월 9일 10:51 오전



전통문화와 관광산업을 접목시킨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알려져 온 발리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발리 남부지역만 해도 과다한 개발로 호텔의 공실률이 늘고 있으며 향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유령호텔까지 등장할 수 있다

히잡을 벗어 던질 수 있는 땅

(인도네시아 출신) 외지인들에 대한 발리 사람들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은 편이다. 

현지에서도 충분히 직업을 구할수 있었을 텐데 굳이 발리까지 올 이유가 있느냐며 미심쩍게 여긴다. 실제로도 외지인들이 발리에서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향으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많고, 남부지역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런 의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타지인들은 반자르(Banjar)라는 마을단위 공동체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발리사람들에 비해 이런저런 유혹을 쉽게 받기 마련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인과응보(karma)를 믿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 고립 혹은 추방될까 두려워하는 발리사람들이 도난이나 강력범죄에 연루되는 일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1920년대 발리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1980년대까지 큰 차이가 없었다@


2015년 발리의 모습. 예전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발리 안에서도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전체로도 종교적, 문화적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 국내의 과격파 이슬람세력에 의해 2002년,2005년 두 번에 걸쳐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발리 관광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관광특구로서 다양한 관점이 교차하는 곳이다. 내국인 여행자가 더많다는 통계에서도 보여지듯, 인도네시아 안의 이교도 및 이문화(異文化) 지역으로서 주말이나 연휴 때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외국 아닌 외국으로 받아들여진다. 본인이 원한다면 내국인 이슬람 신도가 히잡을 벗어 던지고 비키니를 입은 채로 빈땅맥주(Bir Bintang, 네덜란드 하이네켄 계열로 인도네시아의 대표맥주)를 마신다 해도 다국적 인파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 개방적이면서 은밀한 퇴폐의 공간인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전역의 편의점에서 맥주 판매가 금지되는 법안이 발효되면서, 발리도 금지구역에 포함되었다가 관광산업 타격을 우려해 예외지역으로 지정된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인도네시아 내국인들에게 발리는 동경과 질시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외국인들이 극찬하는 우붓을 찾는 내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국제화 되어 문화적 이질감이 크지 않은 꾸따 및 남부지역에 비해 이교도적인 문화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 우붓이기 때문이다.

발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3년 APEC행사를 유치하면서 휴양지 발리를 국제적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야심찬 사업을 추진해왔다. 발리 신공항건설, 상습 정체구역의 지하도로 건설, 해상고속도로 건설 등이 그것인데,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살린 세련된 신공항에서 더욱 많은 비행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악명 높은 발리의 교통정체가 다소간 해소되면서 여행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주목할 변화의 하나는 발리에 지나치게 많은 수의 호텔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화교자본을 중심으로 부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발리의 호텔건설 열풍은, 토지만 구입하고 오랫동안 자금이 묶이는 기존의 부동산 투자에 비해 세련된 방법으로 다가왔다. 숙박료를 실시간으로 조절하기 쉬운 3-4성급 호텔을 지어 수익을 창출하고, 주변상권의 가치도 빠르게 올릴 수 있으며, 호텔 오너의 명함도 덤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객실이 초과공급됨에 따라 발리의 호텔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발리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호텔의 평균투숙률은 64.52%, 63.21%, 60.68%, 57.77%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발리 5성급 호텔이 온라인사이트(Agoda, Hotels.com과 같은 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바겐세일에 열중함에도 불구하고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 없이 투숙률 20~30% 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호텔업의 손익분기점이 50%대 부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상유지도 벅찬 상황이다. 

이미 특급브랜드를 포함한 많은 수의 발리 호텔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인데, 저렴하게 최고급호텔을 인수한 새 주인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브랜드 로열티가 필요 없는 로컬호텔로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발리의 호텔매니저들은 이구동성으로 “호텔사업의 호황은 완전히 끝났다”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14년에는 주도인 덴파사르(Denpasar)에 이어 제 2의 도시인 북부 싱아라자(Singaraja)에 국제공항 건설계획이 공식화되었다.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한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보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발리 제 1 공항을 대체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신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문화와 자연이 보존되었던 발리 북부 및 동부지역에도 난 개발이 시작될 것이며, 막상 제 2공항이 개통된다 해도 호텔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남부에 갖춰져 있는 이상 관광객들이 여러 가지로 불편한 북부지역을 여행의 거점으로 선호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발리 북부는 해변이 검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고, 아직까지 규모 있는 리조트도 없으며 관광산업이 발달한 중부 및 남부지역으로 이동하기에 차량으로 4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지역이기 때문이다.






(1) 원숭이들을 신성시하고 있으며, 우붓 몽키포레스트나 울루와뚜(Uluwatu)사원처럼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곳에서 원숭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② 우붓_뜨갈랄랑(Tegalalang) 계단식논: 정글 혹은 계단식논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것은 발리 우붓(Ubud)지역만의 특징적인 매력이다. 특히 서구권 여행자들이 이런 경치에 열광한다.
③ 베지테리언_레스토랑/ 파인다이닝: 발리니즈 스타일 파인다이닝(Fine Dining)으로 세련되게 탈바꿈한 전통음식이 외국인들을 유혹한다.
④ ⑤ 풀빌라/코마네카(Komaneka) 리조트: 발리에서 시작된 풀빌라(Pool villa) 양식은 예술적이다. 숲과 논을 배경으로 한 우붓에서는 바다를 끼고 지어야 한다는 리조트의 상식이 무시당하는 아름다움과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 우붓을 필두로 한 예술마을의 작품들이 리조트의 격을 한층 높여준다.


발리 관광산업에 드리운 그늘

발리의 제 2공항과 인근 개발계획은 한창 주목을 받다 수그러든 발리 동부 롬복(Lombok)섬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롬복은 2~30년 전 개발되지 않은 발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알려진 발리와 비슷한 면적의 섬으로, 족자카르타-발리와 함께 인도네시아 3대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롬복의 몰락은 신공항이 관광인프라가 밀집해 있는 북부가 아닌 남부지역에 건설되면서 시작되었는데, 입지 선정에는 롬복 남부에 대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수하르토(Suharto, 철권통치로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지배했던 독재자) 일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있다. 

장시간 경유편 비행으로 롬복에 도착한 후다시 관광지까지 긴 이동은 여행자들에게 부담을주며, 롬복여행의 핵심지역인 길리 군도(Gili Islands)까지 발리에서 직통으로 연결되는 스피드 보트들이 취항하면서 롬복 본토를 여행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수년간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제 2의 발리를 모토로 국제적인 휴양지로 발돋움하려던 롬복이 인도네시아 내국인들만 찾는 섬이된 것이다.

지금까지 전통문화와 관광산업을 접목시킨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알려져 온 발리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발리 남부지역만 해도 과다한 개발로 호텔의 공실률이 늘고 있으며 향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유령호텔까지 등장할 수 있다고보는데 신공항과 함께 북부지역이 본격 개발된다면 발리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항공주도권을 뺏긴 남부지역은 더욱 심한 출혈경쟁으로 여행자들을 유치하려고 들 것이고 북부지역은 큰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식민지시절 소순다제도를 관장했던 발리의 옛 수도 싱아라자는 제 2공항과 함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수많은 외국인들을 매혹시키는 발리의 전통문화는 난개발과 외지인들의 유입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발리인들에게 물으면 대개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한다. 

“발리 사람들은 도시생활과 문명생활에서 오는 편리함으로 고유문화를 더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다. 이제 맞벌이가 필수가 된 도시사람들에게 시간이 없다면 제사음식과 짜낭사리(Canang Sari,발리사람들이 매일 3번씩 신들에게 바치는 공양그릇)를 직접 만들지 않고 사서 쓰면 그만이다. 개발과 국제화가 결코 발리의 전통문화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끝)

2015년 9월 작성


(1편 )  [여행] "발리" 인도네시아 속의 다국적 혹은 무국적 지대 ( 1 )





각주

    1) 필자소개 :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여행 전문가 
    남아메리카도 인도네시아만큼 사랑한다
    현재 트래블포스트 CEO & Editor-in-Chief
    http://travelpost.kr